사랑하라 명령하신 날 Maundy Thursday (mandatum)
오늘은 성목요일, Maundy Thursday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나누신 그 날입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최후의 만찬, 바로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자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에게 하라.” 그 말씀은 명령입니다. 그래서 Maundy Thursday, 그 이름 속에 담긴 mandatum — 명령이란 뜻이죠. 사랑하라, 섬기라, 겸손히 낮아지라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오늘 묵상하시면서, 예수님의 마지막을 함께 했었던 제자들을 한번 떠올려 봅시다. 예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누구도 제외하지 않으셨습니다. 배신자 유다, 세 번 부인할 베드로, 두려움에 도망칠 나머지 제자들까지도 예수님은 그들의 발을 물로 씻기시며, 사랑으로 품으셨습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유다가 있습니다.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람, 실망하게 했던 사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사람… 하지만 예수님은 그 유다의 발도 씻기셨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섬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롬5:8) 우리가 아직 죄인일 때, 자격 없을 때, 심지어 그분을 거부할 때조차 예수님은 우리를 씻기셨습니다.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 주님의 식탁으로 나아갑시다. 떡과 잔을 받으며 그분의 몸과 피를 기억합시다. 그것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결단입니다.
예수님은 모두를 사랑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선택적으로 사랑할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만, 나와 비슷한 사람만 사랑하는 건 예수님의 길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 속 ‘유다’를 떠올려 봅시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결단합시다. 그 사람도 씻기고, 저 사람도 사랑하겠다고.
오늘은 주님이 “내가 너희를 사랑한것처럼 서로 사랑하라” 명령이 주어진 날, 성목요일입니다. 그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세상으로 흘려 보내는 우리 모두가 되는 날입니다.
“사랑은 가슴 속의 감정이 아니라, 다른 이의 발을 씻기기 위해 몸을 굽히는 것입니다.” (앤드류 피터슨)
“발을 씻어주는 것은 상징입니다. 내가 당신을 섬기겠다는 표시입니다. 동시에 우리 서로가 도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행위는 예수님의 손길 과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일을 위해, 우리를 섬기고 도우시기 위해 오셨기 때문입니다.”(프란시스 교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