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가는 수도원의 강철로 만든 부활상징 나비 십자가입니다)
어린 시절 제가 가장 싫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새벽 기도 입니다. 아침 4시 반 새벽 기도를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어린 우리들의 단 잠을 깨워 가정 예배를 시작하시는 것입니다. 그 시각이 대체로 아침 6시쯤 됩니다. 찬송 한 곡, 성경 한 장, 졸음이 쏟아지는 가운데 눈을 감고 가족과 교회와 나라를 위한 기도 시간은 지겹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사역자는 매일 새벽 기도를 해야 합니다. 새벽 기도는 보통 4시 반에 시작합니다. 26살 한참 잠이 부족한 나이에 매일 새벽 기도를 참석해야 하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전도사가 인도해야 합니다. 새벽 기도를 인도하려면 늦어도 4시엔 일어나야 했습니다. 새벽 기도만 없어도 목회를 할 만 할텐데” 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20대 젊은 전도사에겐 새벽 기도가 그야말로 고행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2003년 사순절 때 40일 새벽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첫해는 40일 만 하고, 2004년도에는 40일 사순절이 끝나가던 시점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매일 새벽 기도를 하면 나한테 좋겠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매일 억지로 라도 말씀을 묵상 하고, 또 새벽 기도 끝나고 맑은 정신으로 책도 읽고, 설교 준비도 충실하게 할 수 있겠구나!” 8년 동안의 북부 보스톤 교회에서 목회 중,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온갖 일들을 겪으면서도, “뜻밖의 선물”이라는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새벽 기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철없던 시절, 아버지와 졸린 눈으로 통독 해야 했던 신 구약 성경은 평생의 자양분이 되었고, 4년 동안 전도사이기 때문에 억지로 해야만 했던 새벽 기도는 젊은 혈기를 다스리며, 중심에 하나님 모시는 훈련이 되어 주었습니다.
새벽 기도는 자신을 위한 시간입니다. 다시 말하면 시간을 정해 놓고 하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입니다. 저는 어거스틴의 참회록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멈춰야 했고, 평생 외우고 기회만 되면 저 자신에게 들려 줍니다. “ 하나님 저는 너무 늦게 서야 당신을 사랑 했습니다. 오 주님, 당신은 내 안에 계셨건 만 나는 나 밖에 나와서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와 함께 계셨건 만, 나는 당신과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행여 교회 직분 자들이 새벽 기도도 안 나온다고 불평하는 소리, 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마다 기도하는 방식은 여러가지이며, 하나님을 만나는 방식도 각양각색입니다. 그리고 저도 몸이 아프거나 바쁜 일이 있으면 저 홀로 집에서 기도할 것입니다. 기도에 나온 분들은 각자 기도 하든가, 아니면 누구든 찬송을 인도하고, 성경을 읽고 퀘이커 교도들처럼 성령께서 말씀하시면 나누면 은혜가 되겠지요. 눈이 많이 오거나, 일기가 좋지 않을 땐 취소를 하거나 줌으로 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새벽 기도는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토요일 아침, 시간을 정해 놓고 하나님과 내가 함께 하는 의도 된 시간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동안 제가 훈련하고, 연구하고, 체험했던 기도 방법들을 소개하고 연습하면서 여러분의 기도 생활을 도울 것입니다. 저 하고 기도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달라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만나는 다양한 방식들을 배우는 것도 다른 사람의 신앙 생활을 이해하고 또 여러분 신앙 생활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과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시작하겠다는 작은 결심이 신앙 생활의 새로운 전기를 맞는 큰 축복이 있으시길 축원합니다.
처음 9월7일 묵상 할 말씀은 시편 139편입니다. 여러 번 읽으시고, 이 기도문을 고백한 시인의 마음을 마음껏 깊이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 주님께서 나를 샅샅이 살펴보셨으니, 나를 환히 알고 계십니다. 내가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주님께서는 다 아십니다. 멀리서도 내 생각을 다 알고 계십니다. 내 모든 행실을 다 알고 계십니다. 내가 하려는 말을 이미 다 알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나의 앞뒤를 두루 감싸 주시고, 내게 주님의 손을 얹어 주셨습니다. 내가 주님의 영을 피해서 어디로 가며, 주님의 얼굴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거기에 머무를지라도, 거기에서도 주님의 손이 나를 인도하여 주시고, 주님의 오른손이 나를 힘 있게 붙들어 주십니다… 하나님, 나를 샅샅이 살펴보시고, 내 마음을 알아주십시오. 나를 철저히 시험해 보시고, 내가 걱정하는 바를 알아주십시오. 내가 나쁜 길을 가지나 않는지 나를 살펴보시고, 영원한 길로 나를 인도하여 주십시오. “(시편 139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