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이라는 귀한 선물
살다 보면 도저히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깊은 고통의 시간을 지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막막함 속에 주저앉아 묻곤 합니다. “하나님, 도대체 왜 제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요?”
그런데 참 역설적이게도요, 하나님의 은혜는 마음이 가득 찬 사람에게가 아니라 텅 비어 있는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그 비어 있는 공간 자체가 실은 은혜가 미리 와서 만들어 놓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스스로 비우지 못하니 고통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우리 마음을 강제로 비워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셨던 그 처절한 고립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가장 깊은 허무의 지점이 사실은 하나님의 신비와 만나는 통로였습니다. 이 고통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고통을 거부하면 분노와 비난만 남지만, 겸허히 받아들이면 그것은 변화와 자유라는 선물로 돌아옵니다.
우리에겐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바로 ‘기도’와 ‘고통’입니다.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간청하여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고집과 집착을 내려놓고 나를 비워내는 과정입니다. 반대로 고통은 내 삶의 통제권을 강제로 내려놓게 만드는 더 급진적인 비움의 길입니다.
그러니 이제 삶의 여러 영역에서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합시다: 나를 지배하려 드는 물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 사람을 내 뜻대로 조종하려는 마음 대신 사랑으로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과거의 상처는 용서로 흘려보내고, 내가 이룬 성취가 곧 ‘나 자신’이라는 착각에서도 자유로워지는 연습.
비움은 결코 상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가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내 자아라는 작은 목소리가 줄어들 때, 비로소 하나님의 크신 생명이 우리 안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삶의 진짜 가치는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기쁘게 내려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비워진 마음 위로 세상이 줄 수 없는 깊은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합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불길 같은 주성령 간구하는 우리게 불로 불로 충만하게 하소서. 모든 것 다 바치고, 비고 빈 내 마음에 성령충만 하도록 주여 채워 주소서.” (찬송가 18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