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서신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눅 2:14) 성탄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위에 임하시길 축원합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사 11:1)
이사야의 예언은 이스라엘이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주어진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나라가 흔들리고, 공동체가 흩어지고, 지도자들은 신뢰를 잃어가던 시대였습니다. 마치 잘려 나가 줄기만 남은 나무처럼 보였고, 회복의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잘린 그루터기에서도 새싹이 돋는다”는 소망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눈에는 끝처럼 보이는 자리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이민자 교회와 그 후손들이 걸어온 길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낯선 땅에서 새 삶을 꾸리고 자녀들을 교육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온 1세대,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이중의 문화속에 살아가야 하는 삶의 무게, 서로 다른 세대 사이의 간극, 이중의 언어와 문화에서 오는 어려움, 그리고 때때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갈등과 상처들… 이 모든 것 앞에서 지치고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정말 다시 잘 자랄 수 있을까? 새롭게 시작할 힘이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 언제나 작고 조용한 ‘새싹’을 준비해 놓고 계셨습니다. 그 새싹은 화려한 왕궁이 아니라, 식민지의 작은 마을 한쪽,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였습니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그 생명을 통해 하나님은 로마 제국의 권세보다도, 어떤 인간의 능력보다도 더 크고 깊은 변화를 세상 속에 일으키셨습니다. 식민지 백성의 어린 소녀, 마리아의 입을 통해 이런 고백을 하였습니다. “능력 있는 분이 내게 큰 일을 행하셨으니, 그의 이름 거룩하여라”(눅 1:49)
올해 성탄을 준비하며 특별히 제 마음에 깊이 와닿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메마르고 죽은 것처럼 보여도,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언제든 새 생명을 일으키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약하다고 느낄 때, 하나님은 희망의 싹을 틔우십니다. 우리가 막막하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은 새 일은 이미 시작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러나 가장 필요한 때에 새 길을 여시는 분입니다:
“보라, 내가 새로운 일을 행하겠다. 이미 그것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너희는 보지 못하느냐?” (사 43:19)
우리 교회에 심겨진 작은 새싹 하나하나가 주님 안에서 건강히 자라, 튼튼한 나무가 되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뿌리가 깊어지듯 서로의 믿음과 사랑이 깊어지고,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가듯 우리 교회의 사명과 비전도 넓어지기를 기도드립니다.
성탄의 평화와 기쁨이 모든 성도님들의 가정과 일상 속에 가득 넘치기를 축원합니다.
담임목사 홍석환 드림
연합 성탄절 예배에 초대합니다: 12월 21일(일) 오전 11:30
(성탄 전야 예배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