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상의 일곱 마디 말씀 (架上七言)
고난주간 마지막 날 토요일입니다. 금요일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죽음의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칠흙 같은 어둠, 토요일입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예수님은 갔습니다. 로마의 압제에서 구원해 주리라는 구세주는 사라지고, 무거운 침묵만 남았습니다. 베드로는 도망갔고, 유다는 자살을 했고, 마태는 성전에서 휘장마저 찢어진 것을 목격합니다. 예수를 흠모했던 니고데모는 예수의 시체라도 정중히 모실 양으로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가져와 유대인의 장례 법대로 그 향품과 함께 세마포로 싸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리마데 요셉은 자신이 묻힐 무덤을 내 주었습니다. 그들이 흠모하며 따랐던 예수님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예를 표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토요일은 묵묵히 견디는 날입니다. 견뎌야만 하는 날입니다. 견딜 수 있는 것만도 은혜입니다. 살아갈 희망이 끊어진 순간에도 그냥 견디는 것입니다. 토요일은 그런 날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은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십자가에서 남긴 7마디를 묵상하며 견뎠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눅 23:34) 어떻게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셨습니다. 어떻게 이러실 수 있나요? 편가르기와 차별과 경쟁과 투쟁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말씀이 들려 옵니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눅 23:43) 눈 먼 채 죽어 가던 사람이 주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 외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 이 세상이 전부이고, 이생이 끝나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주님의 선언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보다 더 큰 것, 더 영원한 것, 더 참된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자,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요19:26-27) 육신의 어머니, 마리아는 예수님의 일생을 함께 하신 분입니다.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어미의 마음을 주님은 아셨습니다. 하지만 두 분의 고통이 인류를 한 가족으로 묶는 거대한 산통이었습니다. 이제 주님의 그 산통으로 인해 혈육을 뛰어넘어 하나님을 한 아버지로 모시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마태 27:46) 버림받음으로 구원을 받습니다. 고난 당함으로 치유를 받습니다. 절규함으로 기쁨을 얻습니다. 절망속에서 희망으로 나갑니다. 어둠을 통과하여 빛으로 나아갑니다. 죽음으로 생명을 얻습니다. 십자가의 신비입니다.
“목마르다” (요한19:28)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주린 영혼을 찾아 다니신 예수님의 사랑을 마지막 순간에도 표현하셨습니다. 십자가 처형은 사형수로 하여금 지독한 고통과 갈증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다.” (마5:6)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다 이루었다.” (요한19:30) 대체, 주님이 이루 신 것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을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충직하게 그리고 신실하게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내신 것입니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눅 23:46) 체포되시던 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토록 고뇌하며 기도하신 이유는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예수님의 전 존재를 아버지께 드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그 십자가위에서 하신 7마디는 인류의 고통과 아픔을 끌어 안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결정체입니다. 전지 전능하시고, 무소불위하시며, 모든 것을 아시며 온전하신 하나님이 십자가위에서 고통 당하시며 죽으셨습니다. 이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일곱마디를 통해서 주님이 오신 목적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리챠드 로어) “이제는 더 이상 고통이 두렵지 않습니다. 고통마저도 제겐 달콤합니다. 나의 하나님, 제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성녀 테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