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품고, 평안을 구하며
예레미야 29장에서 하나님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에게 뜻밖의 말씀을 주십니다.
그들은 고향을 잃었고, 익숙한 언어와 문화에서 떨어져 낯선 땅에 살게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들에게 “잠시만 버텨라”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집을 짓고, 자녀를 낳고, 삶을 세우며,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곳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이민자의 삶을 깊이 비추는 말씀입니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도 고난과 기도의 역사였습니다. 한국 교회는 편안한 시대에 자라난 공동체가 아니었습니다. 나라의 혼란, 식민지의 아픔, 전쟁과 가난, 재건의 시간 속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은 말씀을 붙들고, 찬송하고, 기도하며 살아왔습니다. 새벽기도와 통성기도와 눈물의 기도는 단순한 종교 습관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께 삶을 맡긴 믿음의 언어였습니다.
한국 이민 기독교인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고향의 기억을 품고,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생존을 위해 기도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교회는 많은 이민자들에게 예배의 자리이자 집이었고, 위로와 기억과 공동체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더 넓히십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이웃과 도시와 이 땅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한국 이민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품되, 그 기억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랑과 환대와 사명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기도는 우리의 역사였고, 생존이었으며, 이제는 이 땅을 축복하는 우리의 사명입니다.